제2편 · 물건 고르기
가격의 구조 — 감정가·최저가·유찰
감정가는 출발점, 최저매각가격은 바닥선, 유찰은 할인 버튼. 세 숫자의 관계를 알면 "몇 번 유찰된 물건을 노릴까"가 감이 아니라 계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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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가격
경매 물건에는 늘 세 개의 가격이 따라다닌다. 감정평가액은 감정평가사가 매긴 값이고, 최저매각가격은 이번 기일에 그 밑으로는 쓸 수 없는 하한선이며, 낙찰가는 실제로 최고가를 쓴 사람의 입찰가다. 첫 기일의 최저가는 감정가와 같고, 유찰될 때마다 최저가가 깎여 내려간다.
한 번 유찰될 때 깎이는 비율을 저감률이라 한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 — 저감률은 "20~30% 사이의 어딘가"가 아니라 법원마다 하나로 정해져 있다. 어떤 법원은 언제나 20%, 어떤 법원은 언제나 30%다. 그러니 물건을 볼 때 그 법원의 저감률이 얼마인지부터 확인해야 다음 기일의 최저가를 계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저감이 곱셈으로 누적된다는 점이다. 20%씩 깎이면 두 번 유찰에 감정가의 64%, 세 번이면 51%가 된다(0.8 × 0.8 × 0.8). 30% 법원이라면 세 번 유찰에 34%까지 내려간다 — 같은 "3회 유찰"이 법원에 따라 감정가의 51%이기도 하고 34%이기도 하다.
| 기일 | 저감률 20% 법원 | 저감률 30% 법원 | 감정가 대비 |
|---|---|---|---|
| 1차(신건) | 5억 원 | 5억 원 | 100% / 100% |
| 2차(1회 유찰) | 4억 원 | 3억 5,000만 원 | 80% / 70% |
| 3차(2회 유찰) | 3억 2,000만 원 | 2억 4,500만 원 | 64% / 49% |
| 4차(3회 유찰) | 2억 5,600만 원 | 1억 7,150만 원 | 51% / 34% |
| 5차(4회 유찰) | 2억 480만 원 | 1억 2,005만 원 | 41% / 24% |
감정가 5억으로 같은 물건인데, 3회 유찰 시점의 최저가가 2억 5,600만 원과 1억 7,150만 원으로 갈린다. "몇 번 유찰됐나"만 보고 싸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전라남도 나주시 빛가람동 203-1
감정가
2억 2,400만
100%
최저가 (5회 유찰)
4,110만
18%
낙찰가
7,110만
32%
저감이 곱셈으로 쌓이면 이렇게 된다. 다섯 번 유찰되는 동안 최저가가 감정가의 3분의 1 아래로 내려갔고 낙찰도 그 언저리에서 났다. 다만 이 할인은 공짜가 아니다 — 다섯 번을 아무도 안 들어온 이유가 반드시 있고,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그 할인은 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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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이 최저가에 연동된다는 점도 실무에서 자주 놓친다. 기본은 법이 정한 최저매각가격의 10분의 1이고, 재매각 사건이나 특별매각조건이 붙으면 법원이 20~30%로 올려 정한다 — 이 인상분은 사건별로 정해지는 값이라 매각공고와 명세서의 특별매각조건란에서 그 사건의 비율을 확인해야 한다(제19장 입찰 준비와 당일 절차).
유찰 횟수를 읽는 법
유찰은 시장의 투표 결과다. 신건이 유찰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아직 비싸니까), 시세보다 확실히 싸 보이는 물건이 세 번 네 번 유찰되고 있다면 시장이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이다. 대개는 권리상의 흠 — 유치권 신고, 선순위 임차인, 지분매각 — 이고, 그 답은 매각물건명세서에 있다.
| 유찰 횟수 | 흔한 이유 | 어떻게 볼까 |
|---|---|---|
| 0~1회 |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거나, 시장이 관망 중 | 정상. 아파트는 이 구간에서 승부가 난다 |
| 2~3회 | 가격이 애매하거나, 명도·수리 부담이 보이거나, 종류가 비인기 | 기회가 있는 구간. 이유를 설명할 수 있으면 들어간다 |
| 4회 이상 | 거의 언제나 권리 문제 — 인수 부담·유치권·지분·맹지 | 명세서 비고란을 먼저 읽는다. 이유를 못 찾으면 내가 못 본 것이다 |
반대로 유찰 이력이 만든 착시도 있다. 최저가가 많이 내려왔다는 사실 자체는 수익이 아니다. 입찰 경쟁은 최저가가 아니라 시세를 기준으로 붙기 때문에, 다회 유찰 물건의 낙찰가는 결국 시세 근처로 회귀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가가 반토막 났다고 반값에 사는 것이 아니다 — 기준은 언제나 "시세 대비 얼마에 사는가"다.
경기도 파주시 목동동 2-110
감정가
4억 1,300만
100%
최저가 (2회 유찰)
2억 237만
49%
낙찰가
4억 400만
98%
최저가가 절반 아래로 내려왔는데도 낙찰가는 감정가에 바짝 붙었다. 유찰은 최저가를 깎을 뿐 시장이 매기는 값을 깎지 못한다 — "최저가에서 조금만 더 쓰자"는 계산이 왜 틀리는지 이 한 건이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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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가율 — 시장의 온도계
낙찰가율은 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값이다. 이 지역, 이 종류의 최근 낙찰가율을 알면 "내 상한선으로 이길 수 있는가"가 미리 계산된다. 낙찰가율 92%인 시장에서 내 상한선이 감정가의 80%라면, 그 물건은 이번 기일에 내 것이 아니다 — 임장을 가기 전에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다만 낙찰가율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분모가 감정가라서, 감정 시점이 오래된 물건일수록 낙찰가율이 부풀려진다. 상승장에서 낙찰가율 110%는 "비싸게 샀다"가 아니라 "감정가가 낡았다"는 뜻일 수 있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낙찰가율과 함께 "낙찰가 ÷ 현재 시세"를 따로 계산한다.
경기도 광주시 신현동 1230
감정가
6억 1,300만
100%
최저가
6억 1,300만
100%
낙찰가
6억 4,000만
104%
신건에서 팔린 물건이다. 신건은 최저가가 곧 감정가라, 사려면 감정가 이상을 써야 한다 — 우리 낙찰 아카이브 실측으로 신건 낙찰의 열에 여덟아홉이 감정가를 넘긴다. 그러니 낙찰가율 100% 초과를 곧바로 "과열"로 읽으면 안 된다. 유찰을 기다리면 값은 내려가지만 그 사이 남이 가져갈 수 있고, 이 물건이 그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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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보는 지표 | 무엇을 말해 주나 |
|---|---|
| 평균 낙찰가율 | 이 시장에서 이기려면 얼마를 써야 하는가 |
| 평균 응찰자 수 | 경쟁의 두께 — 20명대면 과열, 2~3명이면 틈이 있다 |
| 매각률(진행 대비 낙찰 비율) | 물건이 팔리는 시장인가, 쌓이는 시장인가 |
| 낙찰가 ÷ 현재 시세 | 진짜 할인폭. 낙찰가율보다 이 값이 정직하다 |
감정가와 시세의 간격을 읽는다
감정가는 경매 초기에 매겨지고 첫 매각기일까지 반년 안팎이 걸린다. 그 사이 시장이 움직였다면 감정가는 이미 낡은 숫자다. 이 간격을 읽지 못하면 같은 "감정가 대비 80%"가 어떤 물건에서는 헐값이고 어떤 물건에서는 바가지가 된다.
| 시장 | 감정가와 시세 | 나타나는 현상 | 읽는 법 |
|---|---|---|---|
| 상승장 | 감정가 < 현재 시세 | 신건에 응찰자가 몰리고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다 | 낙찰가율 110%가 비싸다는 뜻이 아니다 — 감정가가 낡은 것 |
| 하락장 | 감정가 > 현재 시세 | 유찰이 거듭돼도 여전히 시세보다 비싸다 | 감정가 대비 60%가 싸다는 뜻이 아니다 |
| 보합 | 감정가 ≈ 시세 | 낙찰가율이 시세 대비 할인율과 거의 같다 | 감정가 기준 계산이 그나마 통하는 유일한 구간 |
그래서 실무에서는 두 값을 나란히 계산한다 — 낙찰가 ÷ 감정가(낙찰가율)와 낙찰가 ÷ 현재 시세. 앞의 것은 남과 비교하기 위한 값이고, 뒤의 것이 내 손익을 정하는 값이다. 둘이 크게 벌어지면 그 차이가 곧 감정 시점과 지금 사이에 시장이 움직인 폭이다.
시점만이 아니라 감정 방식 자체가 간격을 만들기도 한다. 감정가는 유형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산출되는데 — 아파트는 거래사례 비교가 중심이고, 토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정하며, 상가는 수익 환산이 섞인다 — 비교할 거래가 드문 유형일수록 감정가가 실제 팔리는 값에서 멀어질 여지가 크다. 어느 쪽으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는 감정평가서를 열어 보면 상당 부분 판별된다(제4장 세 가지 공식 서류).
| 전형적 상황 | 감정가의 방향 | 판별법 |
|---|---|---|
| 신축·준신축 빌라 | 시세보다 높게 잡히기 쉽다 | 감정평가서의 비교사례가 분양가·신축 거래뿐이면 의심한다. 인근 구축 실거래·전세가와 대조(제31장 빌라·다세대 — 시세가 흐린 시장) |
| 거래가 드문 토지·단독주택 | 어느 쪽으로든 크게 벗어날 수 있다 | 비교사례의 거리와 시점을 본다. 사례가 멀고 오래됐다면 감정가는 기준이 아니라 참고값이다 |
| 상승장 한복판의 아파트 | 시세보다 낮다 — 감정이 낡아서 | 감정평가서의 가격시점과 입찰일 사이의 실거래 추이를 본다 |
| 하락장·급매가 쌓인 단지 | 시세보다 높다 | 지금 나온 급매 호가와 최근 실거래가 감정가를 밑도는지 본다 |
| 감정 이후의 훼손·방치·수리 | 양방향 | 감정평가서 사진과 현장을 대조한다. 감정 이후에 생긴 변화는 감정가에 없다 |
감정평가서에서 반드시 볼 것은 세 줄이다 — 가격시점(언제 기준의 값인가), 비교사례(어디의 어떤 거래와 비교했나), 포함 범위(제시외 건물·부합물이 감정에 들어갔나). 이 세 줄만 읽어도 "이 감정가를 얼마나 믿을 것인가"가 정해지고, 입찰가 계산에는 딱 그 신뢰도만큼만 감정가를 쓴다.
입찰가는 거꾸로 계산한다
입찰가는 최저가에서 올려 잡는 것이 아니라, 시세에서 거꾸로 내려 계산한다. 지금 시세에서 출발해 → 인수할 권리·보증금을 빼고 → 취득세와 부대비용을 빼고 → 명도·수리 비용을 빼고 → 잔금까지의 이자를 빼고 → 내가 남기고 싶은 안전마진을 빼면, 그 아래가 내가 쓸 수 있는 최대 입찰가다.
이 계산에서 최저매각가격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최저가는 "이보다 낮게는 못 쓴다"는 제약일 뿐, 얼마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최저가를 기준으로 "여기서 10%만 더 쓰자"고 생각하는 순간 계산이 아니라 감으로 넘어간 것이다.
항목별 계산은 제17장 입찰가 산정 — 상한선 만들기 과 제26장 총비용 — 진짜 얼마에 샀는가 에서 자세히 다룬다. 여기서 기억할 것은 하나 — 입찰가 상한은 집에서 정하고, 법정에서는 그 종이를 읽기만 한다는 원칙이다. 현장의 경쟁 분위기는 언제나 사람을 낙관적으로 만든다.
이 가이드는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자주 개정되는 기준(소액임차인 금액·세율 등)은 입찰 전 현행 법령으로 확인하세요. 낯선 용어는 용어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