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 권리분석
권리분석 연습 — 사례로 익히기
앞의 여섯 장을 실제 상황에 대입해 본다. 등기부와 임차인 정보가 주어졌을 때 인수액이 얼마인지, 그 답이 나오기까지의 사고 경로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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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는 순서를 고정한다
권리분석은 창의력이 아니라 절차다. 같은 순서로 풀면 같은 답이 나오고, 순서를 건너뛰면 틀린다. 아래 다섯 단계를 물건마다 그대로 반복한다.
- 살아 있는 등기를 접수순으로 정렬한다.
- 말소기준을 긋는다.
- 기준보다 앞선 등기를 하나씩 "인수/소멸"로 판정한다.
- 임차인의 전입일·확정일자·배당요구를 기준일과 대조한다.
- 배당표를 그려 미배당 잔액 = 인수액을 낸다.
사례 1 — 교과서 물건
| 항목 | 내용 |
|---|---|
| 등기 | 2019-03 근저당 A은행 3.6억 / 2023-08 가압류 / 2024-02 임의경매 개시 |
| 임차인 | 전입 2021-05, 확정일자 2021-05, 보증금 1.5억, 배당요구 O |
| 감정가 / 최저가 | 5억 / 3.2억(2회 유찰) |
말소기준은 2019년 근저당이다. 임차인의 전입(2021)이 기준보다 늦으므로 대항력이 없다 — 배당에서 얼마를 받든 낙찰자에게 청구할 수 없고, 인수액은 0원이다. 이 임차인은 배당요구를 했으므로 확정일자 순위로 배당에 참여하지만, 선순위 근저당 3.6억이 먼저 가져가므로 실제 배당은 거의 없을 것이다(소액임차인 기준에 해당한다면 일부를 최우선변제로 받는데, 그 판단은 담보권 설정 당시의 기준표로 한다).
결론: 인수액 0원. 다만 명도 난이도는 올라간다 — 보증금을 거의 못 받고 나가야 하는 임차인은 협조적이기 어렵다. 이사비 예산을 넉넉히 잡는다(제23장 명도 실무 — 절차와 비용).
사례 2 —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물건
| 항목 | 내용 |
|---|---|
| 등기 | 2022-06 근저당 B저축은행 2.4억 / 2024-09 임의경매 개시 |
| 임차인 | 전입 2021-11, 확정일자 없음, 보증금 2억, 배당요구 O |
| 감정가 / 최저가 | 6억 / 3.84억(2회 유찰) |
말소기준은 2022년 근저당. 임차인의 전입(2021-11)이 기준보다 앞서므로 대항력이 있다. 그런데 확정일자가 없다 — 배당요구를 했어도 우선변제권이 없어 순위 배당을 받지 못한다. 소액임차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배당은 사실상 0원이고, 보증금 2억이 그대로 낙찰자에게 넘어온다.
결론: 인수액 2억. 이 물건의 실질 취득가는 낙찰가 + 2억이다. 4억에 낙찰받으면 6억짜리를 6억에 산 셈 — 두 번 유찰된 이유가 여기 있다. 상한선 계산에서 2억을 먼저 뺀 뒤에야 입찰가가 나온다.
사례 3 — 대위변제가 예상되는 물건
| 항목 | 내용 |
|---|---|
| 등기 | 2020-04 근저당 C새마을금고 2,400만 원 / 2021-09 근저당 D은행 3억 / 2024-06 임의경매 개시 |
| 임차인 | 전입 2020-08, 확정일자 없음, 보증금 2.2억, 배당요구 O |
| 감정가 / 최저가 | 4.5억 / 3.6억(1회 유찰) |
겉보기 계산은 이렇다. 말소기준은 2020-04 근저당이고, 임차인 전입(2020-08)은 그보다 늦으니 대항력 없음 — 인수액 0원. 여기서 멈추면 안전한 물건으로 보인다.
그런데 1순위 근저당의 채권최고액이 2,400만 원뿐이고, 임차인은 확정일자가 없어 배당요구를 했어도 순위 배당을 받지 못한다 — 이대로면 보증금 2.2억을 통째로 잃는 처지다. 2,400만 원을 대신 갚아 1순위 등기를 지우면 말소기준이 2021-09 근저당으로 밀리고, 전입(2020-08)이 그보다 앞서게 되어 대항력이 생긴다. 2,400만 원으로 2.2억을 지키는 선택이니, 하는 것이 정상이다. 낙찰자 쪽 숫자로 보면 — 3.7억에 낙찰받고 대위변제가 일어나면, 확정일자가 없어 배당으로 줄어들 여지도 없이 2.2억 전액이 인수액이 된다. 실질 취득가 5.9억, 감정가 4.5억짜리를 1.4억 비싸게 산 셈이다.
사례 4 — 명세서 비고란이 있는 물건
| 항목 | 내용 |
|---|---|
| 등기 | 2018-02 근저당 / 2023-11 임의경매 개시 |
| 임차인 | 없음(현황조사: 폐문부재) |
| 비고란 | 유치권 신고 있음(공사대금 1.8억) / 제시외 건물 있음 |
| 감정가 / 최저가 | 8억 / 2.7억(4회 유찰) |
등기부만 보면 깨끗하다. 말소기준 뒤로 전부 소멸하고 임차인도 없다. 그런데 네 번 유찰됐다 — 이유는 등기부 밖에 있다. 유치권 신고 1.8억과 제시외 건물이다.
유치권이 성립하면 1.8억을 해결해야 부동산을 쓸 수 있고, 다투기로 하면 소송 기간 1~2년과 비용이 든다. 제시외 건물은 법정지상권 다툼의 씨앗이고, 매각에서 제외됐다면 그 건물은 내 것이 아니다. 폐문부재라 실제 점유자가 누구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결론: 감정가 대비 34%라는 할인은 이 세 가지 불확실성의 값이다. 셋 다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기회이고, 하나라도 환산 못 하는 사람에게는 함정이다. 초보 단계의 정답은 건너뛰는 것이다.
사례 5 — 선순위 전세권과 겸유 임차인
| 항목 | 내용 |
|---|---|
| 등기 | 2019-05 전세권 1.8억(건물 전부) / 2020-10 근저당 E은행 2억 / 2024-03 임의경매 개시(E은행 신청) |
| 전세권자 | 전입 2019-05, 확정일자 없음, 배당요구 X |
| 감정가 / 최저가 | 5억 / 3.2억(2회 유찰) |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도 경매신청도 하지 않았다. 선순위 전세권은 이 경우 말소기준이 되지 못하고 인수 대상이 된다 — 말소기준은 2020-10 근저당이고, 낙찰자는 전세금 1.8억의 반환 의무를 떠안는다. 3.2억에 낙찰받으면 실질 취득가는 5억, 감정가 그대로다. 두 번 유찰된 폭이 정확히 전세금만큼인 이유가 여기 있다.
한 겹 더 있다. 이 전세권자는 전입신고도 해 두었다 — 전세권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권을 겸유한다. 만약 전세권으로 배당요구를 해서 전세권이 소멸하는 사건이었다면, 임차인 지위의 대항력은 별개로 남아 미배당 잔액을 따라올 수 있다(제11장 임차인 분석의 함정). 겸유 여부는 등기부·명세서·전입세대확인서를 겹쳐 봐야 드러난다.
사례 6 — 같은 날의 싸움
| 항목 | 내용 |
|---|---|
| 등기 | 2021-07-15 근저당 F은행 1.5억 / 2022-11 주택임차권등기(전입 2021-07-15, 확정일자 2021-07-15, 보증금 1.7억) / 2023-12 강제경매 개시 |
| 현황 | 임차인은 임차권등기 후 이사한 상태, 배당요구 X |
| 감정가 / 최저가 | 3.5억 / 2.24억(2회 유찰) |
전입과 근저당 설정이 같은 날이다. 근저당은 접수 당일 효력이 생기지만 대항력은 법이 정한 대로 다음 날 0시에 생긴다 — 이 임차인은 하루 차이로 후순위이고, 인수액은 0원이다. 임차권등기가 등기부에 있어도 결론은 같다. 임차권등기는 이사를 가도 원래의 대항력·우선변제권을 유지시켜 주는 장치이지, 순위를 앞당겨 주는 장치가 아니다.
배당은 어떻게 되나. 확정일자도 같은 날이라 우선변제권 역시 다음 날 기준 — 근저당이 앞선다. 낙찰가 2.5억이면 경매비용을 젖혀 두고 근저당 1.5억 → 임차인 1억으로 흘러 미배당 잔액이 7천만 원 남지만, 대항력이 없으므로 이 잔액은 낙찰자가 아니라 임차인의 손실이다. 한편 판례는 첫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임차권등기를 마친 임차인을 배당요구 없이도 배당받을 채권자로 보므로, "배당요구 X"라는 기재를 근거로 이 임차인을 배당표에서 빼면 예측이 틀어진다.
이 가이드는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자주 개정되는 기준(소액임차인 금액·세율 등)은 입찰 전 현행 법령으로 확인하세요. 낯선 용어는 용어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